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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배.

14938 22 20
"할배요. 누랭이 풀좀 맥이고 오니데이" 국민학교 2학년 시절...할아버지 한테 이렇게 얘기하면 으례 할어버지는 막내 손자가 낚시를 가는지 아십니다. "오냐. 마이 잡아 온네이" 민물고기를 좋아하셨던 할아버지는 흔쾌히 허락하십니다. 한손엔 찌그러진 주전자 또 한손엔 지난가을 뒤안에서 베어만든 대나무 낚시대... 입에는 쓴맛이 진한 버드나무 홋떼기를 불면서 봄바람이 살랑부는 농로를 따라 누렁소를 앞세워 냇가로 향합니다. 보리밥 한알을 껴서 던지면 투박한 수수깡찌가 연신 춤을 추었죠. 붕어잡는데 정신이 팔려 시간가는줄 모르고 땅거미가 어둑할때 집으로 돌아오면 늙은 누렁소는 이미 혼자 집에와서 아버지가 준 여물을 질겅질겅 씹고 있네요. 잡아온 붕어는 손질해서 어머니한테 드리면 국물이 자작자작한 찌게거리를 뚝딱 내놓으시고 온가족이 먹던 시절..... 자식복이 많으셔서 7남매를 두셨는데 그 많은 손자들 가운데 유독 저만 등에 업고 다니셨습니다. 과수원을 하셔서 밭에 따라가면 제일 좋은 사과를 골라서 웃도리에 슥슥 닦아서 저를 주시곤 했었지요. 저수지 주변 파릇파릇 돋아나는 버드나무를 보면 홋떼기 만들어 불던 그때 봄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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